문학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_류시화 잠언시집

skybluereadingbook 2025. 4. 16. 22:17
제목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엮은이 : 류시화
출판사 : 열림원
초판 발행일 : 1998년 4월

 

류시화의 잠언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시인들과 철학자들의 시와, 잠언등을 답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 발행년도가 무려 20세기라니....오래된 책이다.  우리의 삶에 대하여 좀더 투명하고 단순하게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이다.  삶의 긴 여정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단 한번 뿐인 삶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은 우리 모두가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글들이 모두 너무너무 마음을 흔들고 있지만, 좋은글 몇편만 맛을 보고 가자.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을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 본문 10 페이지 '지금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중에서 인용 )


어릴 적에는 인생이 어떤 모습일지 잘 분간하지 못하여 인생의 본질보다는 보이는 모습에 더 치중하여 살았던 것 같다.  쓸데없는 걱정거리들을 머리에 잔뜩 이고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도 좀 더 다른 삶을, 더 가볍고 투명한 그리고 즐거운 삶을 살았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그렇게 살아야지.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본문 26 페이지 랄프 왈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 인용 )

 

에머슨은 자연과 직관, 자기신뢰와 독립적 사고의 비순응으로 유명한 초월주의 철학자였다.  우리가 잘아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멘토이자 스승이자 지적인 동료로서 월든을 쓸 수 있도록, 자신의 소유의 땅과 집을 소로우에게 빌려주어서, 그 유명한 월든이 탄생하기도 했다.  소로우의 이 시는 지금부터 무려 약 190년 전의 작품이다.  그렇다 보니 우리 사회가 보는 성공의 가치와는 크나큰 차이를 느끼게 된다.  성공의 척도를 물질로 보는 경향이 점점 더 강화되는 세상에 살면서, 정말 인간답게 성공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땅과 태양과 동물들을 사랑하라.  부를 경멸하라.
필요한 모든 이에게 자선을 베풀라.
어리석거나 제 정신이 아닌 일이면 맞서라.
당신의 수입과 노동을 다른 사람을 위한 일에 돌려라.
신에 대해 논쟁하지 말라.
사람들에게는 참고 너그럽데 대하라.
당신이 모르는 것, 알 수 없는 것 또는 사람수가 많든 적든 그들에게 머리를 숙여라.
아는 것은 적어도 당신을 감동시키는 사람들, 젊은이들, 가족의 어머니들과 함께 가라.
자유롭게 살면서 당신 앵애의 모든 해, 모든 계절, 산과 들에 있는 이 나뭇잎들을 음미하라.
학교, 교회, 책에서 배운 모든 것을 의심하라.
당신의 영혼을 모욕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멀리하라.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본문 87 페이지 월트 휘트먼의 시집  <풀잎> 1885년판 서문 인용)

 

 

휘트먼은 에머슨과 소로우의 영향을 많이 받은 초월주의자로서 자연과 내면의 진리 그리고 직관을 중요시하였다.  그리고 기존 시의 운율을 파괴하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시를 창작한 시인으로서 유명하다.  그가 시집 풀잎의 서문에서 쓴 글은 우리 시대에게 부끄러움을 선사한다.  부를 경멸하라.  필요한 모든 이에게 자선을 베풀라.  사람들에게는 참고 너그럽게 대하라.   와같은 그 시대의 미덕이나 가치가 오늘날은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다.  불과 150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미덕을 돌아보고, 잘못된 가치는 돌이킬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인내를 가지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 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담을 가져다 줄 테니까.
(본문 101 페이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인용)

 

섬세한 글로서 인생 그자체와 죽음. 고통. 인간의 실존적 외로움에 대하여 몰입했던 시인이자 수필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역시 1800년대 후반의 인물이다.  이렇게 150여 년전에에는 인간의 실존적 존재 그 자체와 도덕적인 삶에 대하여 몰두했던 우리가 이제는 점점 더 물질과 부 그리고 과학을 통한 혁신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뭐랄까?  150 ~200 년 사이에 세상이 확 변해 버린 것 같다.  앞으로 100년이 지나면 또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궁금해진다.

 

 

인생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좀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을 때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