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키친
지은이 : 요시모토 바나나
출판사 : 민음사
초판 발행일 : 1999년 2월
키친이라는 공간은 여자인 내게는 매우 따뜻한 공간이다. 나의 일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가족을 위해 오늘을 위로할 따뜻한 한그릇의 식사를 만드는 곳이다.
“내가 이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 그것이 어디에 있든, 어떤 모양이든, 부엌이기만 하면,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장소이기만 하면 나는 고통스럽지 않다.” ( 본문 7페이지 중에서 인용)
이렇게 부엌이라는 따뜻한 공간에 대한 생각으로 시작한 이 소설은 부엌처럼 따뜻한 이야기이다. 아니 어떤 사람은 고통, 단절,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를 따뜻한 인생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미카게와 유이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상실과 고독, 단절 같은 것들을 어릴 때부터 몸으로 느껴왔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아마도 유이치는 미카게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유이치를 걱정하게 되고, 그녀에게 단기 거처를 제공한다. 그렇게 유이치의 도움으로 마카케는 유이치와 그의 어머니와 함께 따뜻한 몇 달을 보낸다. 부엌이 있고 따뜻한 소파가 있는 그 집을 사랑하고, 그 부엌에서 가족이 함께 먹을 것을 만들면서, 어쩌면 그녀의 새로운 직업에 대한 도약도 가능하게 된다. 그렇게 유이치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그녀는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것으로 1부는 끝난다.
하지만 2부 만월에서는 유이치가 그동안 느껴왔던 고독의 그림자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유이치 엄마의 갑자스러운 죽음. 그리고 그로 인해 또다시 고독을 느끼게 된 유이치를 미카게는 도와줄 수밖에 없다. 유이치가 갑자기 전화로 알려오던 그 순간 바로 한밤중에 달려갈 수 밖에 없었고, 다른 도시에서 따뜻한 돈까스 덮밥을 먹다 가도 바로 택시를 타고 그에게 전달하고 돌아와야 할 정도로, 미카게는 유이치의 고독한 순간과 마음의 고통을 함께 느낀 것이다.
“방 한 구석에서 숨쉬며 살아 있는, 밀려오는 그 소름 끼치는 고적함, 어린애와 노인네가 애써 명랑하게 생활해도 메울 수 없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나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일찌감치 깨닫고 말았다. 유이치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 본문 30 페이지 중에서 인용)
외로운 두사람의 이야기이면서도, 짧게 등장하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진다. 가족이라는 존재를 다시금 감사하게 한다. 젊은 시절에는 죽음이라는 것이 먼 곳 남의 일처럼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두사람은 이미 가까운 이의 죽음을 알고 그 고독함을 몸소 체험했던 것이기에 서로가 서로의 어려움을 알았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의 어쩌면 아름다운 사랑으로 맺어지는 스토리는 매우 보편적인 이야기라 할 수 있지만,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작가는 정말 독특한 스토리 라인과 감각적인 구어체, 그리로 젊은 여성 들이 좋아하는 주방과 음식 이야기로 소설을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초판 발행 년도가 꽤 오래 되었지만, 시대를 초월한, 한번에 쭈욱 읽어버리게 되는 소설이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으면서 무언가 잔잔한 감동을 느끼고 싶을 떄 읽으면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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