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일의 기쁨과 슬픔
지은이 : 장류진
출판사 : 창비
초판 발행일 : 2019년 10월
일은 나에게 기쁨을 주지만 동시에 많은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했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특히 처음 직장을 다니던 몇년간은 얼마나 여러 번 혼자 울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일은 하면 할수록 나에게 내면의 성취감을 준다. 일은 슬프지만 기쁘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마음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은 장류진 작가의 소설집 속 타이틀 작품이다. 이 소설집을 읽고 나면 청량한 사과를 깨물어 먹은 것 같은 상쾌함을 느끼게 된다. 소재들이 모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가까운 소재들이고, 사소한 고민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그때그때 많이 고민했던 일들에 대한 흥미롭고 상쾌한 문장들이다. 몇 개의 작품만 살펴보자.
잘 살겠습니다.
재미있는 소재의 작품이다. 애매모호한 인간관계를 가진 많은 지인들과 동료들. 그들을 동료라고 해야 할까 지인이라고 해야 할까 라고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같은 공간에 출근을 하게되면 이렇게든 저렇게든 만나기도 하고 더러는 조직이 변경되어 못 보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내가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나 회사에 의해서 통제된 관계들. 그들과의 마음 교환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된다.
나는 빛나라는 동기와 그다지 가까운 관계가 아니라고 느끼지만 빛나의 연락을 받고, 얼떨결에 밥을 사게 되고, 결혼식에 오겠다고 했지만 오지도 않고 축의금을 내지도 않는다. 그런 빛나의 청첩장을 받게된 나는 계산기를 두드리게 된다. 모두가 서로의 관계에 대하여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되고, 또한 내 마음의 불안정으로 남을 돌아보지 못하고 나만의 생각속에 빠져 있기도 하다. 빛나는 나만의 생각 속에서 사는 사람이 아닐까?
짧게라도 관계를 맺게 되는 많은 지인들과 조금이라도 마음을 나누는 관계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적어도 그들을 이해는 하고 스쳐가면 어떨까?
빛나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도 돌아가는지. 오만원을 내야 오만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이천원을 내면 만이천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 모르나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 본문 28페이지중에서 인용)
다소 낮음
장우는 오랜만에 작곡한 중독성 있는 노래 냉장고송을 유튜브에 올리게 된다. 그런데 대박이 났다. 만개의 댓글과 삼십만이 넘는 조회수에 어리둥절 해진다. 섭외 전화들이 걸려오고, 계약을 하자는 연락도 받는다. 냉장고송을 요즘 시류에 맞게 디지털음원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받는다.
현실적인 제안이다. 오랜 시간 밴드음악 생활을 하면서 원하는 일은 하고 있지만 생활을 간간히 이어나가고 있는 그에게는 현실적이고 도움이 되는 제안이다. 하지만 장우는 거절한다. 음악을 단지 상업적인 수단으로 짧게 사용하는 시대에 장우는 음악의 장인 정신을 가지고 묵묵히 음악을 이어나가는 삶을 살 것이다. 이게 바로 그의 옷이고 그의 삶인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돈을 따라 일을 찾게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진정한 예술가들은 계속 그 힘든 길을 걷는다.
“냉장고송은 그냥 재미로 만든 거잖아. 내가추구하는 음악이 아니란 말이야. 나는 진짜 제대로 된 곡으로 정규2집 앨범을 내는게 꿈이야.” (본문 112 페이지 중에서 인용)
여덟개의 요즘 이야기들로 채워진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어보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삶의 소소한 기쁨과 슬픔을 느껴보자.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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