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백수생활 백서
지은이 : 박주영
출판사 : 민음사
초판 발행일 : 2006년 6월
2006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백수생활 백서는 제목이 재미있어서 사게되었던 책이다. 백수생활 백서라는 제목은 흔히 웹툰의 소재는 아닐까 생각되기도하고, 왠지 바람직한 백수 생활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을 것 같아서 책에 눈이 가게 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 첫 페이지에서 다니엘 페나크의 “소설처럼” 을 인용하여 이책의 내용을 가히 짐작하게 한다
“ 인간은 살아 있기 때문에 집을 짓는다. 그러나 죽을 것을 알고 있기에 글을 쓴다. 인간은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기에 모여서 산다. 그러나 혼자라는 것을 알기에 책을 읽는다. 독서는 인간에게 동반자가 되어준다. 하지만 그 자리는 다른 어떤 것을 대신하는 자리도 그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본문 첫페이지에서 인용)
일인칭 시점의 주인공 나 (서연)는 항상 책을 가까이 한다. 사람들이 흔히 시간에 따라 행하는 일들은 접어두고서, 새로운 책을 만나고, 읽고 소유하는 것이 그녀의 삶이다. 이십대 후반의 나이지만 다른 친구들처럼 직장에 다니고 승진을 걱정하지 않는다. 직장 대신에 사랑을 택하고자 연애에 고민하지도 않는다. 다만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읽고, 혹은 예전의 책을 다시 읽는다. 읽을 책을 살 정도의 여유가 필요하기에 때떄로 아르바이트를 하기는 하지만 그녀의 주된 일은 “책읽기”이다.
그녀의 삶은 안락하다. 마음의 동요없이 항상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만족한다. 여느 다른 이십대의 여자처럼 마음에드는 옷이나 구두나 백을 원하지도 않는다. 그냥 책을 읽는 삶을 계속한다. 그렇게 책을 읽는 삶을 계속하는 서연은 이 책 속에서 그녀가 아끼는 책들을 인용하여 그녀의 인생과 책에 대한 마음을 전달한다.
"그떄 나를 구원해 준건 책이었어요. 도서관에 쌓인 수많은 책들. 그 책들은 내가 내 의지로 손에 들지 않으면 결코 문을 열어주지 않는 참된 친구였어요. (본문 68 페이지 중에서 인용) 라고 서연은 히토나리의 “사랑을 주세요”를 인용하여 그에게 말한다.
서연의 책읽는 삶 때문에 그를 만나게 된다. 우연하게 중고서적을 구매하던 그와의 몇번의 만남과 그의 아픈 과거를 알게 되고 그와의 시절 인연을 갖기는 하지만, 여전히 서연의 삶은 지극히 단순하다. 책을 읽고 가끔씩 일하고 또 가끔씩 친구를 만나고, 그리고 가끔 나가서 육체노동을 하여 책을 살 돈을 번다.
단순한 삶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채워지는 영혼의 충만함이 그녀의 삶을 지배한다. 그녀와 친구 유희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방관자적인 삶을 살고 있다. 유희의 삶은 그녀의 이름처럼 유희스럽다. 총명한 머리와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재력있는 부모의 배경이 있지만 정착하지 못하고 무언가 그녀 다운 것을 찾고 있다. 그러다가 서서히 유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간다. 유희는 소설을 쓰기로 한다.
“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쓴 글” 을 쓰는 진짜 소설가가 되려고 하는 유희와, 오직 나자신을 위해서 책을 읽는 서연.
“소설에는 철학도 있고 여행도 있고 인문학적 지식도 있고 과학도 있고 역사도 있고 우주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설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나는 소설이 가진 포괄성과 유연성이 아주 마음에 든다. 가능하다면 나는 소설 같은 인간이 되고 싶다.” (본문 325 페이지 중에서 인용)
가벼운 에피소드로 정말 소박하고 읽기 쉬운 책이지만, 현대의 문명화된 삶에 나를 넣어버리고 기계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보통사람들에게는 사이다 같은 청량함을 주는 소설이다. 특히 이책을 읽어나가면 서연이 읽는 책들이 인용되기 때문에 많은 좋은 책들을 덤으로 알게 된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책을 읽는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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