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모순
지은이 : 양귀자
출판사 : 도서출판 쓰다
초판 발행일 :1998년 6월
모순은 꽤 오래된 소설인데 최근에 대형문고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최근에 재 발행된 모양이다. 말하자면 세기말에 쓰여진 소설인데 과연 요즘 읽어도 재미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책을 들었지만 나의 기우였다.
주인공 안진진과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이모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의 삶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인생이 정말 신비한 모순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생의 외침
쌍둥이인 어머니와 이모의 삶이 대비된다. 보편적으로는 이모의 삶이 행복한 삶이지만 우리 삶의 신비는 반드시 보편적인 시각만을 갖도록 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불행해 보이는 사건들은 오히려 어머니의 삶의 원동력이 되고, 남들이 생각하는 불행에 불행을 얹어 놓은 듯한 일들이 일어날 때 어머니는 더 활기차 진다. 살아갈 힘을 느낀다. 문득, 사람이 할 일이 있어야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은 단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어머니와 이모는 결혼과 동시에 비로소 두 사람으로 나뉘었다. 두사람으로 나뉘자 마자 이들의 삶은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사람은 세상의 행복이란 행복은 모두 차지하는 것으로, 나머지 한사람은 대신 세상의 모든 불행을 다 소유하는 것으로 신에게 약속이나 받았듯이 그렇게 달라졌다. 안타깝게도 나는 불행을 짊어진 쪽으로 편입되어 이세상에 태어났다. (본문 19 페이지 중에서 인용)
희미한 사랑의 그림자
진진이의 삶도 그러하다. 진진이가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녀의 삶의 행보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지만, 나의 약한 모습과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도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삶은 뜻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가 나의 속마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긴 그랬다. 사진은 정지된 하나의 순간이고, 인생은 끝없이 흘러가는 순간순간들의 집합체인 것을. 멈취놓고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아닌 것을...... 그래서 우리의 데이트는 거의 대부분 시끄럽고 복잡한 거리에서 이루어졌다. 걷다 다리가 아프면 커피 한 잔 마시고 헤어지는 만남. 커피를 마시고 나면 더 이상 함께 해야 할일이 없어 허둥지둥해야 하는 만남. 그렇게 5월이 가고 6월이 갔다. 그랬어도 우리의 마음은 상당히 짙어져 있었다. 내가 놀랄 정도로. (본문 106 페이지 중에서 인용)
착한 주리
진진이와 이모의 딸 주리의 모습도 매우 대조적이다. 착한 주리는 모든 것이 갖추어진 환경에서 화초처럼 자랐지만, 진진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진진이는 주리와는 다른 사람이지만 서로를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하지만, 모든 관계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서로가 호감을 가지고 바라본다 해도,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인간이라는 존재는 환경과 생각의 벽을 넘기가 매우 어렵다. 착한 주리도 진진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주리는 그날 슬픈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돌아갔다. 주리가 돌아간 후의 내 기분도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나도 조금 슬펐다. 주리와 친하게 지내길 바라는 이모의기대를 아마도 영원히 채워 줄 수 없을 것 같다는 예감 때문이었다. 이모만 아니었더라면, 주리 같은 유형의 인간과 나는 두 번 다시 만나기를 희망하지 않을 것이었다. ( 본문 178, 179 페이지에서 인용)
모순
그렇게 진진이는 자신의 젊은 시간에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이해하고,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주리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한다. 하지만, 삶은 단지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슬픈 일몰을 이야기 하고 아름다운 비밀반쪽을 나누어 주었던 아버지의 모순 처럼, 진진이는 이해할 수 없지만, 계속 이어지는 그녀의 삶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일 년쯤 전, 내가 한말을 수정한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 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본문 296 페이지에서 인용)
세여자의 이야기라는 단순한 구조이지만, 삶의 모순과 기쁨속에서 숨가쁘게 살아야 하는 우리의 인생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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