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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by skybluereadingbook 2024. 9. 30.
제목 :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지은이 : 장석주
출판사 : 중앙 books
초판 : 2015년 

 

인간으로 태어나 살다 보면 우리가 생존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 있다.  먹어야 하고, 일해야 하고, 움직여야 하고 잠을 자야 한다.  그래야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생존 보다도 더 크게 나를 압도하는 내면의 울림이 있다.  끊임없이 읽고 싶고, 계속해서 쓰고 싶은 욕망이다.  누군가 알아준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좋다. 

아마 이러한 욕망에 자기도 모르게 지배되는 자들이 작가가 되거나, 작가 지망생이 되거나 혹은 작가 지망생도 되지 못하지만, 끊임없이 무언가를 읽고 쓰는 자들이 아닐까? 

 

이책의 저자인 장석주 시인은 글쓰기의 오랜 선배로서, 자신만의 생각이 아닌 수없이 많은 글쓰는 자들 혹은 글쓰던 자들의 생각과 개념을 정리하여 글쓰는 자들이 어떻게 살아햐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글을 오래 써보았고 현재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선배의 따끔한 조언이랄까?  이책이 바로 그렇다.  글쓰기란 얼마나 험난한 모험인지,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얼마나 달콤한 쾌락인지, 글쓰기를 위해서는 부단하고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글쓰고 책읽기 좋아하는 문학도들에게 그렇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 


 

하나 – 책읽기에서 글쓰기로

 

 

“작가들이란 족속은 책을 쓰는 존재이기 이전에 책을 읽는 존재이다.  닥치는 대로, 손에 걸리는 대로, 가리지 않고, 게걸스럽게, 순서와 체계도 없이 책에 빠져들었던 독서 체험을 해보지 않은 작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모든 작가들은 작품을 쓰기 이전에 남보다 책을 많이 읽는 다독가들이었다. “ (본문 34페이지중에서)

 

둘 – 진짜 재능

 


먼저 재능이 있어야만 한다.  그것도 많이.  키플링의 재능 같은 것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는 훈련이다. 
플로베르가 했던 것처럼 부단히 훈련을 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파리에서 허용하는 미터 기준처럼 변하지 않는 절대 양심과 작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가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작가는 지적이고 이해관계를 초월한 공평무사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살아남아야 한다. 
한 사람의 작가안에 있는 이 모든 자질을 끌어내어 그를 압박하는 모든 세력을 통과하게 하라. 
작가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살아남아 자신의 글을 끝내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다.  (본문 65 페이지 중에서)

 

셋 – 날마다 글을 쓴다는 의미
 
글쓰기는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노동이다.  또한 글쓰기는 삶의 거친 바다에 뛰어드는 모험이요, 육체의 수고가 동반되는 가차없는 노동이다.  생의 핵심을 꿰뚫으며 직격하는 노동에의 헌신과 용기없이는 작가로서 살아가기란 불가능하다. (본문 115 페이지 중에서)

 

 

넷 – 문체란 무엇인가

 


문체, 그것은 당신의 존재 증명이자 당신이 살아서 뭔가를 했다는 물증이며, 당신의 현존을 증명하는 패스포트이다.  문체는 피의 불가피한 기질, 삶의 현존을 반영한다.  문체는 선택의 소산이 아니다.  문체란 자기만의 어조, 자기만의 리듬, 자기만의 스타일이 드러나는 문장의 특색이다.  그것은 문법적 요소들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작가의 기질과 개성의 표현이다.    (본문 136 페이지 중에서)


 

그리고 나서 그는 다양한 글쓰기의 스타일을 가진 작가 12명의 글쓰기 스타일에 대하여 자세하게 그리고 다정하게 설명해 준다.  그의 설명을 읽는 것 만으로도 나는 다시 그 글선배들의 책을 읽던 순간으로 돌아간 듯하였고, 다시 한번 그 책을 손에 잡고 싶어 졌다.  어쨌든, 문학사에 한 줄을 남긴 이들의 글쓰는 스타일은 신비롭고도 확고하게 이채롭고 다르다.  그들의 스타일을 보면서 나도 나만의 유전자 같은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싶어진다.  그중 몇명의 작가만 아래에 담았다.   

 

다섯 –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 어니스트 헤밍웨이
  • 비정한 문체 - 하드보일드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스타일이다.

노인의 꿈에는 이제 폭풍우도, 여자도, 큰 사건도, 큰 고기도, 싸움도, 힘겨루기도, 그리고 죽은 아내의 모습도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여러지역과 해안에 나타나는 사자들 꿈만 꿀뿐이었다.  사자들은 황혼 속에서 마치 새끼 고양이처럼 뛰어놀았고, 그는 소년을 사랑하듯 이 사자들을 사랑했다.  그는 한 번도 소년의 꿈을 꾸어 본 적이 없었다.  ( 본문 206 페이지 중에서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인용 )

 

 

  • 피천득
  • 담백한 문체 무욕을 꿈꾸는 자의 세상보기

수십년 전, 내가 열일곱 되던 봄, 나는 처음 동경에 간 일이 있다.  어떤 분의 소개로 사회교육가 미우라 선생 댁에 유숙을 하게 되었다.  시바쿠 시로가네에 있는 그 집에는 주인 내외와 어린 딸, 세식구가 살고 있었다.  하녀도 서생도 없었다.  눈이 예쁘고 웃는 얼굴을 하는 아사코는 처음부터 나를 오빠같이 따랐다.   (본문 249 페이지 중에서 피천득의 인연 인용 )

 

 

  • J.D. 샐린저
  • 따뜻한 냉소주의의 문체 – 세상을 등진 은둔 작가의 상상력

어쨋거나 나는 넓은 호밀밭 같은데서 조그만 어린애들이 어떤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을 항상 눈앞에 그려본단 말야.  몇 천명의 아이들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곤 나밖에 아무도 없어.  나는 아득한 낭떠러지 옆에 서 있는 거야.  내가 하는 일은 누구든지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것 같으면 얼른가서 붙잡아주는 거지.  애들이란 달릴 때는 저희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 모르잖아?  그럴 때 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그 애를 붙잡아야 하는 거야.  하루종일 그 일만 하면 돼.  이를 테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본문 265 페이지 중에서 호밀밭의 파수꾼 인용)

 

 

  • 박경리
  • 모성성의 문체 – 세상을 품고 아우르다.

사람들은 하고 많은 이별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흉년에 초근목피를 감당 못하고 죽어간 늙은 부모를, 돌림병에 약 한 첩을 써보지 못하고 죽인 자식을 거적에 말어서 묻은 동산을, 민란 떄 관가에 끌려가서 원통하게 맞아 죽은 남편을, 지금은 흙속에 잠이 들어버린 그 숱한 이웃들을, 바람은 서러운 추억을 가만가만 흔들어 준다.  (본문 291 페이지 중에서 박경리의 토지 인용 )


 

시인이자 수필가인 장석주 작가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작가들의 문장과 그에 대한 섬세한 들여보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는 어느새 그 언젠가 그들의 글을 읽던 그떄로 돌아가게 되고, 다시금 내 책장에서 그 책들을 손에 잡게 된다.   문체란 선택이 아니라 피의 불가피한 기질이라고 말한 장석주 작가의 말은 나의 머리를 강타한다. 

한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나고 다시 그 작가의 책을 잡게 되는 것은 그의 기질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것이며 그 사람 내면의 미지의 DNA 를 다시금 피부로 느끼고 싶은 것이다.  그들은 모두 자기만의 뚜렷한 색채를 드러내며 마치 투명하게 속을 보여주듯이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갔던 것이다. 

 

장석주 시인의 "글쓰기는 스타일이다"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안빈낙도의 삶으로 우리를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