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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모든 요일의 여행_여행..여기서 행복하자

by skybluereadingbook 2025. 12. 19.
제목 : 모든 요일의 여행
지은이 : 김민철
출판사 : 북라이프
초판 발행일 : 2016년 7월

 

 

 

"밤과 낮, 눈동자, 언어가 뒤바뀐 곳에서는 오직 나만 남는다." 라는 책 앞장의 카피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역시 카피라이터답다.  사실 나도 그런 경험을 했었다.  독일의 작은 소도시를 가면 밤과 낮, 눈동자, 언어가 모두 나와 다르다.  사람들은 나를 신기하게 처다 보기도 했다.  이런 곳에서는 오롯이 '나' 에게 집중하게 되고,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나를 더 잘 다듬어 가게 된다.  그래서 혼자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사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아닐까 한다. 

 

이책은 여행을 사랑하는 카피라이터인 작가가 여행했던 많은 요일들의 기록이다.  여행을 갈 때는 그냥 떠나기도 하지만, 어떤 작은 희망이나 목적을 가지고 떠나기도 하는데, 이책의 소 제목들은 우리가 떠나는 여행들의 작은 희망들을 말하고 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떠났던 여행이 다른 생각을 갖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때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한다.  아니면 더큰 상상이상의 선물을 받기도 하지만 날이다.  그래서 여행은 계속 반복되는 것이 아닐까?

 

여행을 사랑하는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나의 여행에서의 추억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도 가질 수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소소한 작가의 여행 이야기들 속으로 들어가서 당장 여행을 하지 못하는 나의 답답함을 달래기도 하고, 미래의 나의 여행을 꿈꾸기도 하게 되는 책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꽤 만족스러운 책이다.  

 

여행은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 모든 불행에 대처하는 방법은 아무도 모른다.  오직 자기 자신만이 그때그때 답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찰리 브라운이 말했. 인생이란 책에는 뒷면에 정답이 없다고.  정확하게 같은 결론이다.  여행이란 책에도 정답은 없다.  그 순간, 그 장소에서 나의 선택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 본문 82, 83 페이지 중에서 인용 )

 

특히 책을 따라 떠나는 여행 에서는 빌 버포드의 < 앗 뜨거워 Heat > 이라는 책을 읽고 이탈리아 시골 판자노에서 고기의 신을 만나고, 대표고기 만찬을 먹기 위해 직접 달려간 저자가 모르는 사람들과 둘러 앉아서 고기를 먹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가끔은 나도 책을 읽고 따라하고 싶은 마음을 갖지만 따라 하지는 못했는데, 부럽다.  

 

두시간 넘게 먹고 있는 고기에 다시 한번 탄복했다.  고기가 그럴 수도 있었다.  그렇게 세 시간 넘게 고기의 신을 영접했다.  서로 눈이 마주칠 떄마다 우리는 웃었다.  말도 안되는 고기를 먹고 있다는 걸 서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 시간 동안 눈빛을 주고받았더니 말이 안 통하는 이탈리아 사람들과도 이미 친구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 본문 65 페이지 중에서 인용 )

 

단골집을 향해 떠나는 여행은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이다.  3년전 리스본에 머물 때 한동안 단골 술집이었던 마르셀리노에 가서 주인장 누노를 만나고 싶어서 추억을 찾아간 여행인데, 그 결과는 아이러니 하다.  원래 사람이 많이 오가는 술집 주인장들은 모두를 기억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살갑게 대했던 누노가 작가를 기억하지 못하다니... 다행히 눈썰미 좋은 누노의 아내가 기억해주어서 좋은 추억으로 남은 여행이다.  

동시에 명확해지는 것이 있었다.  "내가 리스본에 자주 가는 단골 술집이 있는데 말이야" 라고 말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진실이라는 것이었다.  살만 루슈디의 말처럼 그것이 나의 기억 속의 진실이고, 그 기억 속에서는 뮤지션들의 연주가, 호르헤의 웃음이, 누노의 산딸기 상그리아가 여전히 생생한 현실이니까.  그리고 그 현실은 그들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 그 감정도 나의 것, 누가 빼앗아 갈 수 있거나 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기억 속에는 여전히 나만의 마르셀리노가 있었다. 
( 본문 95, 96 페이지 중에서 인용 )

 

한가지를 위해 떠나는 여행은 여행의 테마를 정해서 떠나는 여행이다.  작가는 퀼른에 있는 렘브란트의 자화상의 오묘한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떠난 여행을 소소하게 적고 있다.  암스테르담과 파리 오르세에서 본 반 고흐의  두개의 < The bedroom > 에 대한 세세한 에피소드도 재미 있다.  사실 그림을 보러 떠나는 여행이 나의 소소한 재미 중하나이기도 하다.  나도 클림트를 보러 비엔나에 가고 싶다.   

좋아하는, 내가 좋아하는, 남들과 상관없이 내가 사랑하는, 바로 그것을 위해 여행을 떠나느 것, 어쩌면 그것을 찾는 것만으로도 남들과는 다른 여행의 출발선에 서게 될것이다.  ( 본문 123 페이지 중에서 인용 )

 

 

영원히 반복되는 여행은 여수여행에 관한 에피소드이다.  누구나 반복해서 방문하게 되는 나만의 휴식처가 있을 것이다.  작가에게는 여수가 아마 그런 곳이었던 것 같다.  그곳의 마음이 넉넉한 사람들, 향일암과 파란 바다가 보여주는 거대한 조화, 그리고 친구와의 추억, 마지막으로 여수의 음식이 그리웠을 것 같다.  나도 그랬으니까...

 

늘 같이 간 친구도 몰랐을 것임에 틀림없다.  향일암을 향한 우리의 사랑은 일방적이고, 모호하고, 단편적이었다.  겨울이 아닌 향일암은 ㅇ라지도 못하고, 좋아한다면서 무슨 나무인지도 알지 못했다. 
(  본문 75 페이지 중에서 인용 )

 

 

망원동 여행...  망원동은 작가가 사는 동네인 것 같다.  마치 고향처럼 여기면서 동네 그 자체의 모습에 빠져들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아직 개발이 안된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네 망원동을 알기에 망원동 여행도 재미있게 읽었다.  망원동에 놀러가고 싶다.

매일 더 부지런한 동네 여행자가 되자고 마음을 먹는다.  멀리 떠나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니까.  멀리 여행을 떠나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것은 결국 여행자의 마음가짐이니까.  그 마음가짐으로 내 고향을 여행해보고자 마음을 먹는다.  ( 본문 278 페이지 중에서 인용 )

 

 

가장 경험하고 싶은 여행은 일상을 떠나 일상에 도착하는 여행이다.  많이들하는 한달살기,  1년 살기를 나는 아직 해보지 못했다.  작가의 일본살기 경험을 읽어보면서, 나도 그렇게 작고 소소한 일본의 골목들을 걸어다니는 상상을 해본다.  나의 평범한 일상을 떠나서 새로운 장소에서 살아본다는 것 만으로도 여행의 성공이다.  새로운 장소에 적응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고,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고독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에게 정말 깨알같은 기쁨을 주는 책이다.  일년에 한두번씩 읽어보면서 여행에 대한 영감을 갖게 되는 책이다.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읽어보자.  

 

여름 한 낮 디종은 그야말로 고요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끔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렸고, 태양은 가공할 만한 위력으로 내리쬐고 있었고, 카페 차양 아래 사람들이 않아 맥주를, 와인을, 커피를 마시는 주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아저씨가 앉아 있었다.  그 아저씨를 내가 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목적도 없고, 방향도 필요없는 시간이었다.  텅 빈 시간이었다.  문득 깨달았다.  아, 내가 이 순간을 정말로 그리워하겠구나.  파리보다도, 남프랑스보다도, 더 그리워하겠구나. 
( 본문 164 페이지 중에서 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