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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_오기와라 히로시의 가족에 대한 기억 소환

by skybluereadingbook 2025. 9. 24.
제목 :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지은이 : 오기와라 히로시
옮긴이 : 김난주
출판사 : (주) 알에이치 코리아
초판발행일 : 2017년 5월

 

 

 

살다보면 마음 한켠에 남겨둔 아련한 기억들.  그리고 전할 수 없었던 마음과 후회의 기억들이 있다.  가족이라는 특별한 관계이기 때문에 더욱 힘든 소통이 있다.  자신을 있는그대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관계가 멀어지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특별한 관계사이의 아련한 감정을 풀어쓴 이야기가  들어 있는 단편집이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이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담고는 있지만, 묘하게 흐르는 비슷한 따뜻함과 분위기가 이 소설집 전체를 흐른다.  오늘의 내모습속에서 자연스럽게 옛모습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알지 못했던 과거의 묘한 감정과 기억들이 소환되고, 마음에 새롭게 와 닿기도 한다.  잔잔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집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의 몇개의 이야기를 풀어내 보자.

 

 

 언젠가 왔던길

 

엄마와 딸은 애증의 관계일 때가 많다.  깊이 사랑하지만, 그만큼 직설적으로 딸을 공격하는 엄마가 있고, 그 엄마를 빼닮았지만, 그래서, 그리고 엄마의 직설적인 표현에 상처를 받아서 엄마를 힘들어 하고, 서로가 공격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새 자연스러운 기회가 왔을 때 엄마를 떠나서 보란듯이 살고 싶었고, 엄마를 보지 않으며서도 엄마를 의식하며 살았던 딸이 16년만에 엄마를 조우하면서, 몇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시 옛 이야기들이 드러나고, 엄마의 병세를 알게되고, 엄마에 대한 연민도 다시금 생기고, 그리고 엄마의 속마음을 알게 되면서 그렇게 다시금 깊은 마음속의 연민과 사랑이 생긴다.  16년간 의절하고 지냈던 엄마를 만나고 집으로 가는길에 딸은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말에 자신이 놀란다. "또올께."  

 

"있지, 기억나? 내게 했던 말."
엄마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데레빈유를 사각 팔레트에 부어 물감을 풀기 시작했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나한테 이렇게 말했잖아.  자기 생활도 반듯하게 못하는 사람은 그림을 그릴 자격도 살 자격도 없다고." 
끝이 둥그런 붓을 쥔 엄마는 캔버스를 향했다.  그러나 손은 움직이지 않는다.  무슨 그림인지는 모르겠지만, 화가라면 불필요한 색은 절대 칠하지 않는다. 
"잊었다고 하면 안 되지." 
나는 그 말에 옭매여 살아왔다.  믿었다고도 할 수 있다.  어떤 곳에서 일하든.  
(본문 87 페이지 중에서 인용)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한시간이 조금 넘는 이발소에서의 시간동안 자신의 기나긴 인생을 주절이 주절이 풀어 이야기해주는 노련한 이발사의 이야기.  이발사는 인적이 드문 바닷가 마을의 바다가 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서 작은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고, 그의 이발사로서의 인생역로가 말해주듯이, 외딴 곳에 있지만 여전히 손님이 많은 이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여느때 처럼 처음 방문한 젊은 남자 손님에게 그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펼쳐 놓는다.  최고의 이발사로서의 솜씨로 머리를 다듬어 주고 마사지를 제공하면서 말이다. 

 

젊은 남자라면 듣기 싫어할 남이 살아온 이야기 인데 그 젊은 남자는 마다하지 않고 그 이야기를 듣는다.  짧은 인생이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던 그의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이발사는 젊은 남자의 뒷머리의 작은 상처를 보면서 어렸을 때 다친 상처이냐고 묻고 그렇다고 하자, 어머니는 잘 계시냐고 질문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다.  처음부터 두남자는 서로의 존재를 알면서 긴긴 대화를 나눈 것이다.  그 이야기가 너무 담백해서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다고는 느끼지 못했는데 말이다.  작가의 이야기 장치가 재미있다.  실은 자신의 결혼소식을 아버지에게 알리기 위해서 아버지를 수소문해서 방문한 아들과 아버지의 짧은 조우였다.  철저히 손님과 이발사로서만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그들 사이에는 아버지와 아들이라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흐른다. 

 

마지막까지 말이 많은 할아버지라고 생각하시겠죠.  늘 이런 것은 아닙니다.  이런 얘기까지 한 사람은, 손님이 처음 입니다.  손님에게는 얘기해두고 싶어서.  이제 살날이 많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주인은 이렇게 말했다.  머리 뒤에 있는 꿰맨 흉터는 어린 시절에 다친 흔적이겠지요.  나는 거울을 통해 주인을 보았다.  역광 속에서 얼굴이 검은 그림자가 되어, 표정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아, 그 흉터는, 그네에서 떨어져서 생긴 겁니다.  가센시키공원에 있는 그네요.  그 공원은 땅에 돌이 많이 섞여 있었거든요.  아들을 그렇게 위험한 곳에서 놀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마누라는 아들바보라고 저를 놀렸지만, 제가 우리 집 마당에 그네를 사다 놓았죠.  가게 앞에 낡은 그네가 있는 거 보셨죠.  그건 원래부터 거기 있던게 아니라, 제가 도쿄 집에서 가지고 온겁니다. 

어머니는 건재하신지요?  주인이 그렇게 물어, 네, 하고 대답한다. 
( 본문 141, 142 페이지 중에서 인용 )



 

때가 없는 시계

 

멈춰버린 오래된 손목시계를 고치러 간 남자는 아버지의 유품으로 받은 좋은 브랜드의 시계를 고치러 간다.  주인장은 시계를 보자마자 상당히 오래된 시계이지만, 조심스러운 과정을 거쳐가면서 시계를 수리한다.  정밀하고 값진 시계를 다루는 그의 솜씨를 보면서, 멈춘 시계를 가지고 있는 그의 인생의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또한 시계의 주인공인 아버지를 기억한다.  

학창시절 집안의 가세가 다소 기울었지만, 항상 멋지게 차려입고 다니시던 아버지의 사치에 대해 생각하면서 어머니의 고생에 비하면 다소 이기적인 아버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시계와 더불어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소환하고 시계는 다소 비싼 가격으로 수리가 된다.  시계를 고친 노인은 주인공에게 알려준다.  이시계 사실은 가짜라고.  

 

내 말을 콧숨으로 날려버리고 작업대로 돌아가던 노인이 되돌아보았다. 
입술 한쪽을 심술맞게 비죽이고는 말한다. 
"한마디 해도 될는지요?"
"네."
"그 시계 가짜입니다." 
역시, 아버지다.  알면서 사용했는지 모르고 사용했는지, 어느쪽이든 우리 아버지에게는 멋이나 고급스러운 물건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군요."
내 대답이 어째 반색하는 듯 들렸는지 노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조그만 작업대로 돌아가 회중시계를 손에 들고, 다시 자신의 시간속으로 침잠했다.  
( 본문 267,268 페이지 중에서 인용 )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간에 깊이 묻어둔 감정의 실타래들.  언젠가는 풀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 속 주인공들 처럼 살면서 자연스럽게 기회가 올때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사랑하는 가족과의 유대를 더 단단히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항상 옆에있어서, 아니 옆에 있지 않더라도 핏줄이라는 단단한 줄로 연결되어 있어서 본질적으로는 떨어져 나갈 수 없는 관계인 가족간의 사랑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가족이라는 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여행갈 때 달리는 기차안에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