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유현준
출판사 : 을유문화사
초파 발행 : 2015년 2월
도시를 보는 열다섯가지 인문적 시선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필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라는 공간에 대한 심도있는 생각을 특히 이 책을 접하기전까지는 생각해 보지못한 개념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도시는 자연스럽게 생겨나기도 하고, 현대에는 계획적으로 생겨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도시에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흔적과 생각과 삶의 방식들이 녹아들어가 있다.
“건축물이 만들어지기 전의 공간은 막연하다. 하지만 벽을 세우게 되면 막연해서 느껴지지 않던 공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본문 17 페이지 중에서) 는 말은 깊은 울림을 준다. 단순히 건축물 자체와 공간을 따로 생각했던 단순한 나에게 건축이 만들어내는 공간과 그 공간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생각하게 하는 표현이다. 책속으로 들어가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을 살펴보자.
제 2장 – 현대 도시들은 왜 아름답지 않은가?
제목은 즉시 내가 사는 대한민국 특히 수도 서울의 아파트를 떠 올리게 한다. 뉴스에 흔히 나오는 아파트군락의 모습은 아름답지 않다. 그 아파트의 시가들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 유용성과 가성비 떄문에 나도 사실 아파트에 살고는 있지만, 내가 매우 싫어하는 것 중하나가 똑같이 생긴 아파트 빌딩에서 숨막히게 살아가는 것이다. 똑 같은 모습의 아파트들, 그리고 사라져버린 골목길과 마당에서 보던 머리 위 하늘을 빼앗겨버린 도시의 삭막한 모습, 그로 인해 현대 도시들은 아름다움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결국 도시를 훌륭하게 완성하는 것은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다.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을 담아낼 수 있어야 성공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 이런 면에서 홍콩의 도시 속에 널린 빨래를 쳐다보자. 그 건축물은 빈민촌에 가까운 풍경이지만 빨래가 도시에 컬러를 입히고 생동감 넘치게 해 준다. 반면 우리나라의 아파트 단지들은 모두가 오피스 건물처럼 유리창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그 안에 사람이 사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본문 57 페이지 중에서)
이제 가성비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좀더 인간적으로 그리고 개성을 살려서 살아갈 수 있는 도시의 공간들이 다시 조금씩 생겨났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하는 장이었다.
제 4장 –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뉴욕 이야기
이 장은 로프트 ( Loft) 라는 뉴욕의 특수한 건축형태 이야기로 시작된다. 뉴욕은 기나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다. 그래서 뉴욕은 살아 움직이면서 그 시대의 사회 역사 경제 기술의 산물로 변화해 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로프트 즉 예전에 공장으로 쓰이던 공간이 개방감 있는 탁트인 주거 공간으로 변해 간 것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역사와 경제의 변화속에서 뉴욕은 다시 태어나고 있다. 이전의 슬럼가가 비즈니스 구역이나 주거 공간 예술가의 공간이 되어 가면서 말이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곳은 하이라인 공원이다. 원래는 버려진 고가철도 길이었지만, 높은 도로위에 공원을 새로 조성하여 걸어갈 때 옆빌딩들의 2층 옆을 지나가는 공원이라니.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도시의 소음이 없는 새로운 세계로 빠져 들 수 있을 것 같다. 뉴욕에 간다면 한번 꼭 들러 보아야 할 것 같다.
“우리가 고건축을 하드웨어로만 보면 그냥 보존에 치중하게 되는 반면, 소프트웨어로 보면 좀 더 유연하게 이용할 수 있다. 유럽의 문화 선진국은 일찍이 건축 문화재를 소프트웨어로 보고 변화된 시대에 맞게 잘 사용하면서 보존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오르세 미술관이다. 원래 파리의 기차역이었다.” (본문 페이지 118중에서)
독특한 모습의 확트인 오르세 미술관은 항상 방문자를 설레게 한다. 모르고 방문했던 오르세 미술관이 사실은 오르세 역이었다니. 그래서 그렇게 떠남의 설렘을 느끼게 해주었나 보다. 이렇게 도시는 새로운 개념과 시대의 변화를 도입할 때 새로 태어나고, 버려진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제 6장 – 강북의 도로는 왜 구불구불한가 : 포도주 같은 건축
오래된 도시들은 역사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강북의 도로망이 복잡한 것은 강북에서의 우리 조상들의 오랜 삶의 증거이다. 상수도가 없던 시절, 그리고 상수도가 생기고, 그 주변으로 도로가 생기고, 자동차 도로가 생기고, 대형도로가 생기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강북은 그렇게 구불구불한 길이 생긴 것이고, 그 길이 재미있는 것처럼, 우리의 역동적인 역사도 재미 있다.
“이렇듯 역사가 깊은 도시들은 마치 여러 장의 트레이싱페이퍼 그림들이 쌓여 있는 것과도 같다. 따라서 도시 디자인은 쌓여 있는 여러장의 트레이싱페이퍼 그림들을 한 장씩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어느 부분은 지우고 어느 부분은 살리면서 상호 관계를 조절해 오늘의 이야기를 하는 그림을 만들어 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500년이 더 된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 역시 여러 시대에 걸쳐서 많은 이야기의 층들이 쎃여진 도시이다.” ( 본문 146 페이지 중에서)
500년이 넘어선 도시에 살고 있는 내가 신기하다. 오랜 기억과 감정과 역사속에 하나 둘 종이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서울은 확 트여 있거나, 깔끔하거나 하지 않지만, 가히 아름답다 할 수 있다. 나는 계획 도시 세종시에 가본 적이 있다. 나름대로 멋지게 지어진 정부 청사의 거리를 보면서 아이디어가 좋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왠지 아직까지 정이 가는 도시는 아니었다. 세종시도 우리의 숨결이 쌓여서 서울처럼 우리의 역사와 숨결이 느껴지는 도시가 될 때가 오겠지!
흥미있는 열다섯가지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몇장만 간단히 적어보았다.
책의 페이지 한장 한장이 넘어가면서, 나의 단순한 건축에 대한 무지가 깨달아지며, 조금씩 건축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리고 건축을 단지 “집” 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건축은 예술이자 과학이고 사상이자 철학이며, 사실은 살아있는 우리네 삶의 결과물이 아닐까 한다. 지금도 서울은 변하고 있다. 파리도 뉴욕도 경주도 세상의 어디엔가 있는 작은 소도시도 우리의 삶을 트레이싱페이퍼 삼아 계속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고나면, 이책에 나와있는 수많은 우리 삶의 흔적이된 세계 도시들의 명소들을 방문하여 확인하고 싶어지는 부작용(?) 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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