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트인문학 여행_파리
지은이 : 김태진
출판사 : 카시오페아
초판 발행일 : 2015년 12월
파리에 가기전에 읽는다면 더 넓어진 식견으로 파리를 즐기고, 그 곳의 역사와 예술과 문화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바로 “아트인문학 여행” 이다. 초판이 나올 무렵에 이 책을 처음 읽었지만, 나는 파리나 유럽을 가기 전에 가끔씩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곤 한다. 얼마전 파리에 가기전에 이 책을 다시 집어 들었다.
사람들마다 파리에 가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는 미술관과 그림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좀더 많은 그림을 이해하고 가려고 책장을 넘기지만, 독자는 덤으로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회에 대하여 많은 지식을 얻게 된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중 몇몇 페이지 속으로 들어가 보자..
1장 – 한 아이의 신화를 그리다_르브룅과 베르사유 궁전
사람마다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다르다. 부와 명성을 따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지만, 의외로 자신의 소신과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이 장에 등장하는 스승과 제자였던 푸생과 르브룅처럼 말이다. 푸생의 삶은 예술과 그의 도도한 소신이 아름답지만, 권력을 따라갔던 르브룅을 폄하하기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 결과 베르사유 궁전이라는 고도의 계획으로 설계된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한다. 물론 특별했던 태양왕 “루이 14세”를 만나서 말이다. 이 장에서는 이 세사람의 삶의 변주 속에 숙성된 파리와 베르사유의 예술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베르사유 궁전에 가면 비로소 이 책속에 묘사된 루이 14세의 모습을 떠울리게 된다. 책속의 다음 인용문처럼 말이다.
“ 여보게, 어때. 그동안 내 연기가 그럭저럭 괜찮았나?” …….
“폐하, 페하의 연기는 늘 최고였습니다.”
“그래, 그랬을 거야. 그래야지.”
루이 14세는 그렇게 눈을 감았다. 인류 역사상 그보다 더 화려한 생활을 한 군주가 있을까? 전유럽의 왕들이 베르사유를 꿈꾸고 그를 따라하는 동안 그의 왕국은 뿌리부터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가 살아 있을 때부터 이미. (본문 60~61 페이지에서 인용)
3장– 지금 여기를 그리다_마네와 오르세 미술관
3장에서 등장하는 화가들 중 내가 평소 좋아했던 화가였던 마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다. 그에 대한 특별한 식견없이 그냥 그림만을 좋아했지만 이책에 등장하는 마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마네의 인간적인 부면들 더 많이 알게되었다.
마네 하면 떠오르는 그림 중 하나인 “ 풀밭위의 점심식사” 는 살롱전에서 낙선한 그림으로 전시된 낙선전에서 화제가 된 작품이라고 한다. 기존 그림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그림을 보는 이들은 모욕감을 느끼기도 하고, 고상한 척하면서 뒤로는 온갖 추한 일들을 하는 귀족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는 여러가지 평을 받으며 마네를 유명인사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내가 마네와 관련해서 인상깊게 본 오르세 미술관의 작품들은 “ 바티뇰의 화실” 이나 “드라크루아에 경의를 표함” 과 같은 당시 화가들을 그린 작품이다. 요즘으로 치면 화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찍었을 단체 사진과 같은 그림이다. 화가들의 모습을 고증할 수 있고, 그 시대상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물론 그들의 작품과 함께 말이다.
“마네는 미술계의 혁명가이다. 그는 시대가 던진 준엄한 질문에 대답대신 반문으로 맞섰다. 그것도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질문이 도발적이었던 만큼 세상은 그의 그림을 낯설어했고 혹독한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의 질문이 있었기에 미술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본문 182 페이지 중에 인용)
저자의 평가처럼 마네가 단순히 인상주의의 효시가 된 작가만이 아니라 그 당시 미술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시킨 사람이라는 점에 깊이 동의한다.
5장 – 마음속 열정을 그리다_고흐와 오베르쉬르와즈
5장에서는 고갱, 세잔과 더불어 한국인들이 정말 좋아하는 화가인 고흐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흐에 대하여는 영화와 책속에 너무 많이 소개되어 있고 미화되어 있지만, 저자는 고흐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접근한다. 그의 환경과 서서히 미술세계를 발전시킨 과정을 소개하면서 그의 눈을 호강시키는 수많은 작품들을 담고 있다.
“내 최종 목표가 뭐냐고 넌 물었다. 하지만 난 아직 덧없는 생각을 붙들고 있을 뿐이다. 초벌 그림이 스케치가 되고 다시 유화가 되듯, 이 생각을 실행해 나가다 보면 그제야 목표가 더 분명해질 거다. 그리고 느리지만 이게 가장 올바른 길이라 믿는다.” (본문 298페이지에서 인용)
고흐가 테오에게 했다는 이 말처럼, 고흐는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매우 섬세하며 감정적이어서, 황홀한 소용돌이 같은 색채의 작품을 쏟아낸 작가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생각하며, 노력하고 깊이 있는 화가였다. 고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 준 장이다. 여러 화가들의 작품이 나를 기쁘게 해주지만, 고흐의 작품을 감상하고 나서 내가 느낀 내면의 흥분과 더불어 묘한 안정감을 느꼈던 그순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몇 개의 짧은 단편들만 소개했지만, 이책의 내용은 너무도 방대하고 흥미로와서 여기에 다 담을 수가 없다. 이 책은 정말 꼭 읽어야 하는 책이다. 특히나 유럽에 갈 계획이거나 미술관 투어를 할 생각이라면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시야가 훨씬 넓어진 것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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