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지은이 : 알랭 드 보통
옮긴이 : 정영목
출판사 : 도서출판 청미래
초판 발행일 : 2002년 7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알랭 드 보통의 로맨스 소설의 영어 원제는 "Essays in Love" 이다. 한국에서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사실 두가지 제목이 모두 적절한 소설인 것 같다. 마치 에세이를 쓰듯이 진짜 독특하고 통통튀는 방법으로 사랑에 대한 묘사를 하고 있는 소설이다.
1인칭 화자인 남자 주인공이 클로이라는 여성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로맨틱한 사랑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그 결말까지를 묘사하고 있는데, 일반 소설들과는 달리 철학서적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게하는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다. 주인공들의 로맨스의 전개는 사실 예측이 된다. 우리의 로맨스라는 것은 모두 시작점과 그리고 결말을 향하는 기승전결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사랑의 향방을 예측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남녀의 사랑에 대한 철학적 분석과, 세세한 감정의 묘사는 다른 소설에서는 쉽게 담아내지 못하는 접근 방법이어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흥미로왔다.

나는 그녀에게서 내가 평생 서툴게 찾아다녔던 바로 그 여자를 발견했다. 그녀의 웃음과 눈매, 유머감각과 책을 고르는 취향, 불안과 지성이 내 이상에 기적적으로 들어맞았다.
( 본문 12 페이지 중에서 인용 )
우리가 매력을 느끼는 것은 계획이 아니라 우연이다. 클로이가 어떤 행동을 했기에 내가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일까? 그녀에 대한 나의 사랑은 그녀의 정치적 입장이나 신중하게 고른 옷만큼이나 그녀가 웨이터에게 버터를 주문하는 모습이 귀엽다는 사실과도 관련을 맺고 있었다. 가끔 여자들이 나를 유혹하려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내가 그런 행동에 반응을 보인적은 거의 없었다. 나는 아주 주변적인 작은 것들에 끌리는 경향이 있었다. ( 본문 48, 49 페이지 중에서 인용 )
정작 상대가 나를 사랑해줄 경우에 그 사람의 매력이 순식간에 빛이 바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타락한 우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이상적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사랑을 한다.
( 본문 59 페이지 중에서 인용 )
사랑하는 여자를 더 잘 알게 되었을 때 느끼는 당혹감은 머릿속에서 작곡한 놀라운 심포니를 나중에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소리로 들었을 때의 느낌과 같다. 우리의 생각 가운데 많은 부분이 연주를 통해서 확인되는 것에 감명을 받기는 하지만, 아주 사소한 것들이 의도와는 다르게 연주되는 것을 알아차리지 않을 수 없다.
( 본문 79 페이지 중에서 인용 )

클로이와 내가 우리의 차이 가운데 일부를 넘어설 수 있었다면 그것은 서로의 성격에서 발견되는 막다른 골목을 가지고 농담을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클로이의 구두를 싫어하는 태도를 버릴 수 없었고, 그녀는 계속 그 구두를 좋아했다. 그러나 우리는 적어도 그 사건을 농담으로 바꿀 수 있는 여지를 찾았다.
( 본문 96 페이지 중에서 인용 )
내가 클로이를 바라보는 방식은 유명한 뮐러-리어의 착시와 비교될 수 있다. 이 착시에서는 길이가 똑같은 두선이 끝에 다른 화살표가 붙었다는 것만으로 길이가 다르게 보인다. 내가 클로이를 바라보는 애정 어린 눈길은 밖으로 열린 화살표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 화살표가 붙으면 평범한 선도 객관적인 측정치와 관계없이 길어 보이게 된다.
( 본문 102 페이지 중에서 인용 )
어쩌면 클로이는 사랑의 고백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내가 한 번도 그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풀오버 스웨터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사랑의 증표일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우리 감정을 언어로 번역한 적이 없었다. 우리 관계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지만 그럼에도 그 핵심은 어쩐 일인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 같았다.
( 본문 106 페이지 중에서 인용 )

내가 사랑하는 것이 정말로 저 여자일까? 나는 건너편 소파에 앉아서 잡지를 읽고 있는 클로이를 다시 보며 생각한다. 아니면 그녀의 입, 눈, 얼굴 주위에 형성된 하나의 관념에 불과한 것일까?
( 본문 125 페이지 중에서 인용 )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자신에 대한 느낌은 달라진다. 우리는 조금씩 남들이 우리라고 생각하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자아는 아메바에 비유할 수 있다. 아메바의 외벽은 탄력이 있어서 환경에 적응한다. 그렇다고 아메바에게 크기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자기 규정적인 형태가 없을 뿐이다.
( 본문 149, 150 페이지 중에서 인용 )
우리가 우리 짝과 얼마나 행복하든, 그 사랑 때문에 다른 사람을 쫓는 일은 방해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우리 짝을 진정으로 사랑하는데도 왜 그것이 구속으로 느껴지는 것일까? 짝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기울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왜 그것을 아쉬워할까? 사랑의 요구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늘 갈망의 요구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본문 161 페이지 중에서 인용 )

클로이를 사랑하면서 생기는 불안은 부분적으로는 내 행복의 원인이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이었다. 클로이는 갑자기 나에게 흥미를 잃을 수도 있었고, 죽을 수도 있었고, 다른 남자와 결혼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사랑이 절정에 이르렀을 떄 관계를 일찌감치 끝내고 싶은 유혹이 생겼다. 다른 사람이나 습관이나 익숙함이 관계를 끝내는 꼴을 보느니, 차라리 클로이나 나 둘 중의 하나가 끝을 내버리자는 것이었다.
( 본문 185 페이지 중에서 인용 )
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은 왜 너는 나를 사랑하는가 하는 질문만큼이나 대책없는 질문이다. 두 경우 모두 우리는 연애의 구조에서 우리가 의식적인 통제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부딪히게 된다.
( 본문 201 페이지 중에서 인용 )
나는 클로이가 나를 불쾌하게 했기 때문에 클로이를 악이라고 불렀다. 그녀가 악한 존재로 타고났기 때문이 아니다. 나의 가치 시스템은 절대적 기준에 따라서 클로이의 범법을 설명한 것이라기 보다는 어떤 상황을 정당화하는 것이었다. ( 본문 225 페이지 중에서 인용 )
물리적 세계는 내가 잊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인생은 예술보다 잔인하다. 예술에서는 보통 물리적 환경이 등장인물의 정신적 상태를 반영한다.
( 본문 254 페이지 중에서 인용 )

그러나 지혜는 사랑에 대해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사랑은 커피나 담배처럼 완전히 끊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포도주 한잔이나 초콜릿처럼 가끔은 허용되는 것일까? 사랑은 지혜가 대표하는 모든 것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것일까? 현자들도 사랑 때문에 이성을 잃게 될까? 아니면 몸만 어른이지 정신은 아이인 사람들만 이성을 잃는 것일까?
( 본문 260 페이지 중에서 인용 )
그러다가 어느 날 디너 파티에서 레이철이라는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사무실 생활을 아야기해주었는데, 나는 그녀의 눈에 푹 빠져들고 말았다. 순간 나는 금욕주의적 철학을 내팽개치고 클로이에게 저질렀던 실수를 모조리 되풀이하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를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둥글고 우아하게 묶은 레이철의 머리,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는 세련된 움직임, 풍부한 느낌을 주는 파란눈을 계속 보게 된다면 그날 저녁을 무사히 넘길 수 없을 것 같았다. ( 본문 270, 271 페이지 중에서 인용 )

일기장 처럼 자신과 클로이의 만남부터 연애일정과 자신의 감정을 적어나아가는 소설이다. 그런데 어떤 사건이 중심적인 소설이 아니라 1인칭 시점의 주인공의 관념이 이 소설을 이끌고 간다. 실제 연애의 사건 뿐만 아니라 그 내면의 이유와 미래에 대한 생각과 불안 등을 스스로 점검하면서 적고 있다. 당연히 알랭 드 보통의 글답게 그의 사랑에 대한 기록과 생각은 온통 철학적인 사고와 함께 되새겨 지며 음미하게 된다. 마치 철학서를 한권 읽는 느낌으로 우리가 흔이 만날 수 있는 로맨스 소설을 읽는 신기하고 흥미로운 세계에 한번 빠져 보자.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달팽이 식당_맛있는 힐링 소설 (0) | 2026.02.28 |
|---|---|
| 밑줄 긋는 남자_추리소설 같은 로맨스소설 (0) | 2025.11.10 |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_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1) | 2025.10.23 |
|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_오기와라 히로시의 가족에 대한 기억 소환 (0) | 2025.09.24 |
| 바깥은 여름_김애란 소설 (3) | 2025.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