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변신
지은이 : 프란츠 카프카
옮긴이 : 전영애
출판사 : 민음사
초판 발행일 : 1998년 8월
몇번인가 읽어보려고 하다가 중단했던 책이 변신이었다. 변신은 줄거리도 많이 알려져 있고 실존주의 문학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 프란츠 카프카가 1915년 발표한 소설이다. 먼저 간단하게 줄거리를 살펴보자.
줄거리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날 아침 밤에서 깨어 자신이 흉측한 해충으로 변해 버린 것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는 상점 외판원으로 일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몸이 벌레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에 맞추어 일어나서 나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몸이 생각처럼 움직여지지 않고, 그레고르가 말하는 소리는 벌레의 소리로만 들린다. 가족들은 그레고리가 흉측한 벌레로 변한 것을 발견하고는 거의 실신할 지경에 이른다. 결국 방밖에서 가족들에게 모습이 드러나고, 가족들은 그를 다시 방으로 밀어 넣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레고리는 몸에 상처가 나게 된다.
그 이 후 부터는 가족은 절망에 빠지게 되고, 차마 그레고르를 제대로 처다보기 힘들어하는 부모님 대신에 동색 그레테가 집안에서 그레고르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보살피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가족의 가장이었던 그레고리가 더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되자, 가족 셋이 모두 각자에게 맞는 일을 하게 되고, 절약을 하고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집안의 방들에 하숙생을 들이는 등 나름대로 새로운 방법으로 살길을 모색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레고르는 방밖에서 들리는 그레테의 바이올린 소리를 듣기 위해 방밖으로 몸을 드러내고, 그 결과 하숙생들이 모두 그레고르라는 벌레의 존재로 인해 분노하면서 모두 떠날 것을 이야기 한다. 가족들은 다시 그레고르를 방안으로 몰아서 들여 보내고는 그레고르에게 분노하게 된다. 더이상은 가족이 아니라 그를 해충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가 없어지기를 바란다는 말을 하고, 그레고르는 그말을 들었다. 그리고 나서 그레고르는 자신이 없어져야 한다는 단호한 생각을 하면서 잠이 든다. 그의 상처들은 이미 곪았가고 있었고 그는 평화로운 상태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레고르가 죽고 나자 가족들은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며 행복해 한다. 그들은 집을 이사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프란츠 카프카는 유대계 독일인 작가로서 그의 고향인 프라하에서 평생을 살았고, 폐결핵에 걸린 1923년에 프라하를 떠나지만 1924년에 사망하자 프라하에 묻히게 된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벌레로 변신했다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벌레가 되어도 크게 놀라지 않고, 자신의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직업인 외판원을 생각하고, 직장으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라면, 나의 변화에 놀라서 그 모습에만 잠식하게 되고, 내가 해야할 일들은 모두 잊을 것 같은데 말이다.
반면에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사람에 대한 묘사는 매우 무 책임하게 그려진다. 어머니는 차마 그레고르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쓰러지거나 하기 때문에 결국은 그레고르의 여동생인 그레테가 그레고르에게 음식을 전달하거나 돌보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는 그레고르가 일하는 동안은 거의 존재감 없이 일하지 않은 사람으로 묘사되었다.
그러던 가족들이 그레고르의 상황이 변화하고 생계를 해결해야 하게 되자, 모두다 일을 하게 된다. 물론 각자에게 맞는 일들을 말이다. 그리고 나름대고 가족의 비용을 절약하고, 새로이 생활을 정비하고 살아간다. 놀랍다. 그동안은 왜 그렇게 하지 못했던가, 그동안은 왜 그레고르가 모든 것을 다 책임지고 있었던 걸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동안은 그레고르에게 모든 짐을 지워 두었다는 점이 매우 아이러니 하다.
그레고르의 변신을 통해서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었일까? 그레고르가 벌레고 변신하고, 자기 방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된 상황은 꼭 진짜 변신이 아니어도 마음의 병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모든 것을 희생하던 청년 가장이 사회의 어떤 억눌림으로 인하여 밖으로 더는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마치 오늘날 우리가 흔히 접하는 "히키코모리" 증상 처럼 말이다. 작가가 정신적인 상태를 빗대어 쓴 것이든, 몽상적인 상상의 세계를 쓴 것이든, 작가는 현대 사회의 가족 문제를 말하고자 했던 것 같다.
가장의 굴레는 매우 무겁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가장의 용도가 다 했을 때 가족은 가장을 용도가 끝난 것으로 보고 그의 수고에 대하여 무시할 수 도 있다. 또한, 다르게 생각해 보면, 사회에서 상처받고 더는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가족 성원을 다른 가족은 매우 힘들어 하면서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가 사라졌을 때 그레고르의 가족처럼 무언가 모를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다.
점점 더 복잡해지고 원래의 가족간의 사랑과 유대가 사라지는 세상에서 가족이 서로간에 대하여 가져야 할 태도와 관계에 대하여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카프카는 아무래도 천재인 것 같다. 100여년전에 우리 사회가 가질 수 있는 문제를 이렇게 몽상적으로 써내려갔으니 말이다.
그의 등에 박힌 썩은 사과오, 온통 부드러운 먼지로 덮인 곪은 언저리도 그는 어느덧 거의 느끼지 못했다. 감동과 사랑으로써 식구들을 회상했다. 그가 없어져 버려야 한다는 데 대한 그의 생각은 아마도 누이동생의 그것보다 한결 더 단호했다. 시계탑의 시계가 새벽 세시를 칠 때까지 그는 내내 이런 텅 비고 평화로운 숙고의 상태였다. 사위가 밝아지기 시작하는 것도 그는 보았다. 그러고는 그의 머리가 자신도 모르게 아주 힘없이 떨어졌고 그의 콧구멍에서 마지막 숨이 약하게 흘러나왔다. ( 본문 73 페이지 중에서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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