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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강_구광본 시집

by skybluereadingbook 2025. 2. 3.
제목 : 강
지은이 : 구광본
출판사 : 민음사
초판 발행일 1987년 7월

 

 

 

 

 

갑자기 시가 읽고 싶어지는 날이다.  책장에 오래 묵혀둔 구광본 시인의 시집 강을 꺼내본다.  제 1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이다.  1989 년에 산 시집이다.  이맘때는 종종 민음사 시집을 사서 읽고 책장에 꽃아두는 재미가 있었다.  가끔씩 읽어보던 시집인데 검색해 보니 현재는 절판 된 책이다.  표지의 구광본 시인의 모습은 정말 시인스럽게 생겼다.  그런데 그후의 그의 작품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아쉽다.  그의 시집 강에는 정말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되는 시인이었다.  아마도 그는 직접 쓰는 대신에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의 작가상으로 결정하면서 추천하는 분들의 말에 의하면 구광본의 시는 개인적인 것이든 집단적인 것이든 시대의 상투적인 언어로부터는 자유롭다고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는 사람들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고 했다.  그의 시는 사람이 사람에게 하는 말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그렇다.  그의 시는 그 시대의 무거운 언어로 쓰여있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그의 시들을 읽어보면 그 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아마도 1987년에 그는 뜨거운 청춘이었다.  하지만, 그의 시를 읽으면서 꼭 그와 같은 시대를 살지 않아도 내 인생을 반추하면서 내인생에 투영하여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  현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조용한 시인은 내가 그의 시를 통해서 가끔씩 마음의 위로를 얻었다는 사실을 알면 기뻐할까?  궁금하다.

 

 


 

오래 흔들렸으므로

오래 흔들렸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오래 서러웠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알의 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새
얼키고 설킨 뿌리를 몰라도
오래 목말랐으므로 너는 아름답다

(본문 64 페이지에서 인용)

 

내가 힘들 떄마다 보는 시이다.  누구나 삶의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오래도록 흔들리고 갈팡질팡한다.  시인이 말하는 흔들림은 어쩌면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는 내 인생의 흔들림에 적용하여도 전혀 무색하지 않다.  나는 많이 흔들렸고 서러웠고 목말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시인에게서 나는 정말 깊은 위로를 받았다.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

오랜 날이 지나서야 알았네
갈대가 눕고 다시 일어나는 세월,
가을 빛에 떠밀려 헤매기만 했네

한철 깃든 새들이 떠나고 나면
지는 해에도 쓸쓸해지기만 하고
얕은 물에도 휩싸이고 말아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

( 본문 45 페이지에서 인용)



이 시집의 타이틀인 강은 정말 시대상을 반영하는 시인 것 같다.  한창 민주화 운동을 하던 시대의 젊은이였던 시인이 쓴 시이다.  어쨋든 이 시 역시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그 많은 인생의 강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인생의 역사들은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나는 우리는 혼자서 건너보려고 노력과 발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강은 혼자서는 건널 수 없는 것이다.  

 

귀가

하루가 한 생애 못지 않게 깁니다.

오늘 일은 힘에 겨웠읍니다.

집으로 가는 길 산그림자 소리없이 
발 밑을 지우면 하루분의 희망과 안타까움 
서로 스며들어 허물어집니다

마음으로 수십 번 세상을 버렸어도
그대가 있어 쓰러지지 않읍니다.

(본문 57 페이지에서 인용)


물질적으로 풍요로와진 현시대의 젊은이들에게는 공감이 되지 않으 수도 있지만, 꼭 노동이 아니더라도 일하는 현장에서 우리는 떄로 절망하고 힘들어하며 허물어진다.  하지만 그래도 그대라는 존재가 있어서 쓰러지지 않을 수 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부모님을 도와야 하는 것들이  사실은 내 삶을 지탱해준 기둥이었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되는 것 같다.

 


 

구광본 시인의 다른 시집을 발견하기 어려워서 좀 아쉽다.  하지만 그만큼 더 소중하고 귀한 시집이다.  나에게 위로가 된 오래 흔들렸으므로 라는 시를 항상 마음에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