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에서 12시 반쯤 기차를 타고 밀라노 역에서 환승하여 로마 테르미니에 도착하니 저녁 8시 30분이 넘었지만, 8월 저녁의 로마는 후텁찌근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내일의 여행 계획을 세워본다. 두번째 로마여행이다. 처음 패키지로 로마를 왔을 때 왠만한 관광지는 모두 돌아다녔었다. 많은 미술관과 건축물에 흠뻑 매료되었던 첫 로마 방문이 아직도 떠오른다.
이번 여행에는 그냥 마음 가는데로 움직였다. 특히나 섭씨 37~38 도를 오르내리는 로마의 화끈한 더위와 그 더위의 와중에 같은 모양의 모자를 쓴 미국인 관광객들의 무리가 어딜가나 바글바글했다. 지하철은 서울의 출근길 처럼 탑승객이 많았다. 힘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로마에 온 것이 아닌가? 그냥 가보고 싶은 곳만 가보자라고 생각하니 콜로세움이 떠올랐다. 파리에는 에펠이 있다면 로마에는 콜로세움이 있지 않은가? 마이리얼트립에서 콜로세움, 포로로마노, 팔라티노언덕이 포함된 콜로세움 통합권을 약 6만원정도에 미리 예약을 하고 들어갔다. 우리는 오후 1시 입장으로 예약을 했는데 미리 도착하여 줄을 서 있어야 1시에 입장할 수 있다. 오후 내내 2000 여년 전의 로마에 있는 기분으로 여기저기를 걸어 다녔다. 쉽게 떠날 수가 없었다.
콜로세움은 기원 72년경에 시작되어 80년 경에 티투스 황제때 세워진 원형 경기장으로 5만 ~ 8만명정도의 인원의 수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어마어마하다. 콜로세움은 외부만 보지 말고 반드시 내부 투어를 해볼 것을 추천한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회와 역사, 그리고 인간의 모순에 대한 생각들이 머리속을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이래서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콜로세움의 내부는 상당히 많이 보존되어 있다. 어떻게 수천년간 관리가 가능했는지 의문이다.
콜로세움 밖으로 나오면 두개의 개선문을 볼 수 있다. 개선문은 흔히 나폴레옹의 승전을 기념한 파리의 에투알 개선문만 떠오르는데 많은 도시마다 개선문이 있다. 개선문은 고대 통치자들의 힘과 권력의 과시가 아니었을까?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은 그가 라이벌이었던 막센티우스를 물리친 기념으로 기원 312년경에 세웠다고 한다. 지금부터 1700년전의 건축물인데 너무 잘 보존되어 불과 몇백년전의 건축물로 보인다.
조금만 옆으로 가면 티투스의 개선문도 있다. 티투스의 개선문은 기원 70년 경에 로마가 예루살렘과 유대인에게 승리를 거둔 것을 기념하여 그가 2년 후 사망하자 세워졌다고 한다. 약 25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니 그래도 좀 많이 옛스러운 낡은 개선문이다. 2000여년을 보존했다는 것이 놀랍다.
콜로세움 밖으로 나와서 포로로마노와 팔라티노 언덕을 돌아다니면서도, 이건 뭐지? 어떻게 이렇게 까지 보존을 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갑자기 기원 100 ~ 300여년 시대로 돌아가 있는 기분이었다. 묘한 기분이다. 포로 로마노는 로마인의 광장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많이 허물어졌지만 그래도 구석구석 고대 로마의 일상생활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멍하게 거의 모든 오후를 보내고는 저녁으로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다. 이탈리아에서 직접먹는 피자는 역시 맛있다. 그리고 놀라웠던 것은 가격이 착했다. 물론 막 사악한 물가의 스위스에서 와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내 느낌으로는 다음 여행지인 바르셀로나의 물가보다는 로마의 물가가 훨씬 싸게 느껴졌다. 중식당과 이탈리아 식당 모두 그랬다.
다음날은 그냥 시내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트레비분수에는 이미 사람들이 넘치게 많이 나와 있어서, 어렵게 사람이 없는 샷을 찍었다. 어느 유튜버의 말에 의하면 여름에는 오전 6시부터 트레비분수같은 관광명소를 돌아다녀야 사람없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정말 2024년 8월의 로마는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날씨도 너무 더워서 잊을 수가 없다. 그래도 나에게는 로마가 오늘이 마지막날이므로 판테온, 조국의 계단, 나보나 광장, 명품거리로 유명한 콘도티 거리등을 그냥 돌고 돌면서 돌아 다녔다.
명품샵이 있는 콘도티 거리
로마에 오면 젤라또를 먹어야한다. 검색을 해보니, 젤라또 3대 맛집은 지올리띠, 올드 브릿지, 파씨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냥 걷다가 가장 가까운 지올리띠 한 곳만 갔다. 사람이 많고 줄을 서야 했지만 금방 앉을 수 있었다. 맛에 대하여는 설명하기 어렵다. 돈이 아깝지 않았다. 더워서 그랬나?
그리고 또 걷고 걷다가 쇼핑몰 옥상에서 마신 샴페인과 아래로 보이는 고대의 건축물이 즐비한 로마의 중심부는 잊을 수 없는 풍경이다. 그렇게 나의 로마일정이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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