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여행의 이유 - 아홉 가지 흥미로운 여행에 관한 이야기

skybluereadingbook 2024. 10. 15. 11:44
제목 : 여행의 이유
지은이 : 김영하
출판사 : 문학동네
초판발행일 : 2019년 4월

인터라켄

 

여행의 이유라는 제목이 호기심을 자아냈다.  나는 왜 자꾸 떠나고 싶은가?  여행의 본질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다.  작가로도 여행가로도 유명한 김영하 작가의 아홉 개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행하면서 틈틈이 읽으면 좋은 책이다.  여행을 떠나면 어쨌든 나의 일상과 나의 본래 모습은 집에 두고 떠나온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지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자아로, 혹은 보여지는 모습으로 여행하면서, 무언가 새로운 것, 혹은 자극 혹은 발전을 발견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 시간에 이 책과 함께 한다면, 작가의 다양한 여행 경험과 여행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여행이라는 것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가볍지만 무거운, 재미있지만 다소 심오한 독특한 책이라서 사색할 수 있는 여행의 동반자로 적합하다.

 

아홉가지 이야기는 모두 여행의 고수이자 소설가 답게 흥미롭지만, 몇 개의 에피소드만 소개하고자 한다.

 

1.  추방과 멀미

 

2005년 상하이 푸둥 공항에서 입국하지 못하고 추방당한 작가의 경험으로 시작된다.  상하이 공항에서 2005년에 김영하 작가의 추방이라니?   다소 의아하다.  작가의 아내는 그가 출국한 저녁 집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그가 쓰고 있던 소설 빛의 제국의 내용 때문에 추방당했다고 추측했다.   빛의 제국은 남파된 후 북으로부터 잊혀진 채 혼자 살아남은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즉 그가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북한 관련 이슈를 다룬 책의 작가여서 추방당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이유는 간단했다. 작가는 중국비자를 준비하지 않아서 추방당했다.  김영하 작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당연한 수순이다.  여행의 달인인 작가는 왜 중국 비자를 준비하지 않았을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것은 아마도 오래전 그의 중국여행에 관한 추억으로 인한 무의식의 반응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가 중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천안문 사태가 무력으로 진압 된지 불과 반년 후였고 운동권 학생으로서 어쩔 수 없이 중국단체 여행에 가게 된 그는 중국의 젊은 대학생과의 대화에서 무언가를 얻고 싶었다.  또한 그 중국의 대학생도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 온 젊은 청년으로부터 무언가를 기대했다.  하지만 두사람의 대화의 현실은 매우 달랐다.  서로가 서로의 세계와 체제를 동경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예상했던 사회주의 국가의 지식인 대학생의 현실에 다소 충격을 받은 작가는 그 삶의 궤도를 변경시켜 갔다는 이야기다.  그의 첫 해외 여행의 무의식이 아마도 스마트한 작가가 중국 비자를 발행 받지 않는 실수를 범하도록 인도한 것은 아닐까?

 

작기의 첫 해외여행의 경험처럼 작가는 말한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본문 51 페이지 에서 인용)

 

작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게 된다.  나 또한 여행을 떠날 때는 언제나 계획을 세우기는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는 여행의 묘미에 이끌려 언제나 다시 떠나게 되는 것이다.  

 

2.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왜 떠날까?  우리는 왜 따뜻한 내 집의 거실이나 안방이 아니라 호텔의 침실에 머무르는 것을 좋아할 까?  작가의 말에 의하면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고 싶어서이다.  맞는 말이다.  내가 일상의 고통가운데 혹은 지루함 가운데 가방을 싸서 다른 호텔들로 여행을 떠났던 것은 일단은 현실을 잊고 싶어서 였다.  그렇다.  일단 남이 해주는 밥을 먹으며, 하얀 시트의 호텔 침대에 누워있으면 나의 집에 잔뜩 남겨놓고 온 나의 책임과 의무 혹은 해야 할 일들과 고통, 걱정거리를 잊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매일매일 내가 집에서 하던 일이 아닌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매일매일 호텔문을 나서고, 나는 머리속을 새로운 것으로 가득 채운 후 다시 호텔로 돌아온다.  그렇게 몇일을 보내고 나면 다시 돌아갈 힘이 생긴다고나 할까?  작가는 그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주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버무려서 말이다.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 겠지만, 가끔은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  중국의 고대 병법서 <삼십육계>의 마지막 부분은 ‘패전계’로 적의 힘이 강하고 나의 힘은 약할 때의 방책이 담겨있다.  서른 여섯개 계책 중에 서른 여섯번쨰, 즉 마지막 계책은 주위상 으로 불리할 때는 달아나 후일을 도모하라는 것이다.  흔히 삼삽육계 줄행랑이 라고 하는 말이 여기서 온 것이다.” ( 본문 67 페이지에서 인용)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무언가 적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지치고 힘들 때는 삼십육계 줄행랑 처럼 도피의 여행을 하라고 말이다.  나의 상처와 기억이 없는 새로운 호텔의 방에서 하루를 맞이할 때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할 힘이 생긴다.  그래서 도피의 여행도 부정적이 아닌 행복을 위한 여행인 것이다.

 

원래도 여행을 즐기는 나이지만,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의 여행의 이유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고, 그의 여행 에피소드와 여행에 관한 깊은 지식을 들으면서, 인간이 왜 여행할 수밖에 없는지 다시금 곱씹게 되었다.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날까?  아마도 일상으로 복귀할 힘을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  더 나은 일상을 위해서 우리는 언제나 떠날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