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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빼기의 여행

by skybluereadingbook 2025. 2. 10.
제목 : 빼기의 여행
지은이 : 송은정
출판사 :  걷는나무 (주) 웅진 씽크빅
초판발행일 : 2019년 4월

 

나는 여행책을 좋아한다.  다양한 여행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내가 다음에 갈 여행을  상상해 보고, 정보도 얻고 영감도 얻는다.  그런데 여행가서 좀 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때  빼기의 여행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힘을 빼고 시작하는 여행.  그냥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도 좋고, 모든 일정을 다 소화하지 않아도 되는 진정한 여행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빼기의 여행

 

'파리로 가는 길' 이라는 영화를 이 책에서 소개한다.  남편과 함께 칸에 왔다가 그의 사업 파트너와 함께 파리에 가게 된 앤이 7시간이면 갈 수 있는 파리를 장장 1박2일이 걸려서 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목적지로 바로 가지 않고, 여기 저기 경유하면서 가장 느리게 파리에 도착하게 된 여정인데, 어떤 면에서는 여행이라는 것은 도착이 아니라 여정에 의미가 있다는 걸 생각한다면 진정한 여행 영화가 아닐까 한다.  그렇게 빼기의 여행은 진정한 여행에 대한 이야기 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프레데렉스베르공원을 단지 울퉁불퉁한 혹이 콕콕 박힌 거대한 나무를 보기 위해 찾아가고, 내 여행의 일부를 단지 나무에 내어준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시작한 여행을 이름모를 루프탑 카페의 테라스에 나란히 앉아서 노을을 보는 것으로 채웠던 단지 여행을 위한 느린 여행의 이야기는 내게 매우 흥미롭다.  여행에 가서도 시간이 너무 없다고 빠르게 움직여야 했던 나를 돌아보게 된다.  

 

하루는 온라인 신문 기사를 흝어보다 'Waldeinsamkeit'라는 독일어 단어를 알게 됐다.  '숲숙에 혼자 있을 떄 느끼는 신비롭고 즐거운 고독'이라는 뜻이다.  조금 더 찾아보니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라는 책에선 그 단어를 '숲속에 혼자 남겨진 기분. 편안한 고독감. 자연과 맞닿은 느낌' 이라 설명하고 있다.  
(본문 79~80 페이지 중에서 인용)

 

 

2.  빼기의 마음

 

여행이라는 건 인생처럼 그렇게 우연히 마주치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그 예상치 못한 길이 바로 여행의 별미가 아닐까?  파리에 올래?  라는 선배의 말에 갑작스럽게 향하게 된 파리.  사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간 것은 아니었고 단지 약 한달동안 파리에 머물면서 파리를 즐기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파리라는 곳의 첫인상은 조금은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모든 도시의 모습은 다양한 면모를 가진 것.  필자는 서서히 파리에서의 혼자만의 생활에 적응해 가면서 파리를 천천히 들여다 보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선배와의 조우도 하고,  하지만 파리에서 찾은 것은 혼자만의 시간과 여유가 아닐까 한다.  바쁘게 파리를 보아야 하는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로서 천천히 느낀 파리의 모습이다.  

 

그리고 북아일랜드 장애인공동체 캠프에서의 일년 후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항공권이 저렴해서 가게 된 이집트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나게 된 친구와의 스쿠버 다이빙 강습.  그리고 또다시 연장된 한달간의 아무일도 없지만 평화로운 바다와 햇살과의 조우를 이루어낸 이집트에서의 시간.  그렇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여행이야 말로 진정한 나와의 만남을 위한 여행이 아닐까 한다.  사실 우리의 인생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가 평화로운 삶인 것처럼.

 

 

 

밤은 서서히 다가왔다.  도시와 달리 사막의 하늘은 한눈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일까.  노을이 저무는 속도가 유독 더디게 느껴졌다.  은하수는 아직이었다.  그전에 초승달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저멀리 지평선 끄트머리에선 강렬한 불빛이 규칙적으로 번쩍였다.  (본문 145 페이지중에서 인용)


3.  빼기의 하루

 

일상도 여행이 된다.  가까이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을 잊고 살거나 가기를 미루지만, 우리가 사는 동네가 하나의 여행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성산대교를 달리기도 하고, 산책삼아 걷는 망원동 시장에서의 장보기도하며, 연희동의 작은 카페와 식당사이를 거닐며 힐링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강이 있다.  무언가 힘들거나 지칠때 가볼 수 있는 한강 공원.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다.  그들도 다들 무언가 사연을 품고 왔을 한강.  서울은 이렇게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여행지 이다.  

 

어제와 같은 길을 걷는 오늘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어제의 나는 몰랐던 사실을 오늘의 내가 깨달았다면, 그래서 일상의 시야가 한 뼘쯤 더 넓어졌다면 그것을 여행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요즘 나는 매일 같이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서도 여행을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 본문 228,229 페이지 중에서 인용 )


 

 

여행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해온 그리고 진정한 여행가인 작가가 말하는 내려놓은 여행이야기이다.  무언가 대단한 정보나 여행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다만 소소한 여행이야기이다.  여행갈 떄 부담없이 들고 가서 읽으면 좋을 듯하다.